2016. 2. 24. 11:55ㆍ백두대간
일시-2016년 2월23일 화요일 흐림
장소-백두대간 포함산구간 남진
코스-박마을-부리기재(879m)-1032봉-844봉-937봉-마골치-관음재-포암산(962m)-하늘재(520m)
백두대간11.5km+접속구간2.2km=13.7km 7시간10분걸림
겨울이 길다
감기 탓이다
그까짓거 감기정도는 금세 이겨 낼수 있을거라 여겼던 착각으로
독감 예방접종을 신경쓰지 않았더니 나이 한살 더 먹었다고 면역이
한점 찬바람에 부들거리다 떨어지는 낙엽 처럼 바스러지다니
난생 처음 길게 인플렌자와 부대끼고 있다
진짜 긴 겨울은 엄마 탓이다
응급실거쳐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다시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거동이 불편해도 몇달전 김장 고추가루까지 챙겨 주시던 엄마가
이제는 꼼짝없이 앉은뱅이 되어 얼굴에는 저승꽃이 피어났다
지 아무리 돈과 명예로 무장한들 생로병사라, 나이들어 병들고 죽는것이
인생의 지름길이라지만 만겁의 인연으로 만난 엄마와 이별준비는 멀어
몸과 맘이 서리맞고 처연하게 서 있는 겨울나무처럼 춥다
그래도 백두대간길은 이어진다
백두대간은 한반도 허리선의 동에서 서로 달리며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부리기재에서 하늘재까지 구간이다
들머리인 오미자와 사과나무가 많은 박마을에서 오미자밭과 사과밭길을 걸었다
오미자 덩쿨은 실가닥처럼 늘어져 있어 보기 흉하고
까치밥으로 남겨놓은 사과 몇개는 까맣게 변해 버렸다
키 작은 나무에서 주렁주렁 달린 사과를 부석사에서 처음보고 어찌나 신기하던지
헐벗은 사과나무가 오와 열을 맞춰 팔 벌리고 햇빛 쏘는 허수아비같다
스피노자는"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명언을 남겼다
간밤에 눈이 왔었던 모양이다 바닥은 촉촉하고 공기도 상쾌했다
금방 귀신이라도 나올기세로 덩쿨을 뒤집어쓴 증평분교 폐교를 지나쳐
곳곳에 모셔진 무덤을 지나쳐 산 입구로 접어 들었다
지그재그로 만들어진 2.5km의 산등성이를 따라 쉽게 오르막을 올랐다
학습에도 반복이 성과가 좋다더만 저번주에 같은길로 올라서인지 오르는길이 쉬웠다
한시간여를 선두그룹에 묻혀 올라 백두대간 시작점인 부리기재에 다달았더니
숨이 가팠다
제천과 문경을 넘나들던 879m부리기재는 대미산과 용하구곡을 연계하는 등산로의
중요한 경유지이다
서북쪽에 위치한 꾀꼬리봉의 부리로 보여지듯 새의 부리처럼 뾰족하고 날카롭다는
고개 모양에서 유래한다는데 막상 부리기재에 발을 딛고 보면
나그네가 무거운 짐을 놓고 쉬어갈만치 넓다
숨 고르기를 하고 부리기재에서 부드럽게 이어지는 2.6km의 거리를 백여미터 고도를
오르락 내리락하니 꾀꼬리봉으로 갈라지는 1032봉이 나온다
돌산악회에서 "힘내세요"라고 쓴 팻말을 보고 아직 팔팔한 기운으로
다시 대간길을 걷다보면 작은 암봉구간과 흙길이 섞여있다
위험하다고 생각지도 않았던 작은 바위에서 일행 한명이 빙그르 떨어지는데
뒤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두팔로 받아 사고를 면했다
떨어진 사람과 받은사람 모두 여자로 산을 사랑한 그녀들에게 천운이 도왔다
건강 위해 대간길 걷다가 하마트면 건강 잃을뻔한 사건을 겪고
방심했던 마음가짐을 다져잡고 다시 오르막을 오른다.
가볍게 내린 눈으로 바위는 미끌거리고 낙엽아래 흙길은 살짝 얼어
아이젠을 차고 걸어도 겨울산은 조심하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진다
오르락 내리락 대간길은 쭉 뻗은 길은 없다
오르면 오른만큼 내려갔다 다시 올라야 하는 산행이란게 산 아래 우리사는 모습과
별반 차이없다
838m의 바위가 꼭지처럼 생겼다해서 꼭두바위라고 하는 봉우리를 지났다
문경과 제천의 경계를 이루는 백두대간상에 솟은 꼭두바위봉은 암봉등이 솟아있다
제천의 덕산임을 알리는 삼각점이 938봉에 다달았다
937봉 봉우리에서 월악의 만수봉과 꾀꼬리봉이 흐릿한 하늘아래 솟아나 있다.
충주호 강바람이 골짜기를 거쳐 능선위까지 불어대는지 세차게 바람이 불어온다
코끝이 시러 바람막이를 껴입고 부지런을 떨며 걸으면 금세 더운기가 올라왔다
벗으면 춥다
갱년기 넘어간지가 벌써 언제적이건만 아직도 더웠다 추웠다 체온조절이
잘 안된다
923봉을 지나고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 능선삼거리가 나온다
능선삼거리를 지나 마골치에 다달았다
850m의 마골치는 백두대간길 포암산에서 벗어나 만수봉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만수는 이름 그대로 산천에 각종 동식물이 서식하며 자연의 혜택을 두루 입고
천수를 누린다는 뜻이다
벌재에서 시작한 출입금지구역은 마골치에서 끝난다
들어가지 말라는 목책을 뛰어넘어 드디어 맘대로 걸어가도 되는 길이 나왔건만
이제는 산불방지로 금지구역이 나온다니 국립공원 관리공단법을 어기면서까지
백두대간길 걷는것이 여간 어려운길이 아닐수 없다
남에게 듣기 싫은 소리는 듣기도 물론 하기도 싫은 사람은 법 없이도 살겠지만
나처럼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은 그나마 법이 보호해줘야 살수 있는 세상에
범죄자 신분되어 걸어 다닌다니 상상만해도 웃을일이다
마골치에서 고도를 내려 838봉과 관음재를 지난다
관음재는 만수골로 하산하는 길이 있다
관음재는 문경읍 관음리 뒷고개를 말하며 미륵리와 연결된다
미륵리에서 접근하자면 만수골의 끝에 해당된다
신라의 망국태자인 마의 태자가 지금의 관음리에서 관음보살을 현몽하고
하늘재를 넘어 미륵리에 불상을 조성했다고 한다
생이별된 오누이의 마의태자는 미륵사에 미륵불로 덕주공주는 덕주사에 마애불로
그리움을 달랬다 한다
관음재를 벗어나 마골치에서 2.8km거리의 잡목과 산죽밭을 지나
포암산에 도달했다.
포암산 정상은 포근했다
962m의 포암산은 충청북도 충주시 상모면과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에 걸쳐있는 산으로
월악산 국립공원의 가장 남쪽에 속하는 산이다
백두대간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산이며 산세가 험해 삼국시대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다
거대한 통바위로 이루워져 옛날에는 베바우산이라 불렀다
암벽이 키대로 늘어서 있어 거대한 베 조각을 이어 붙여놓은듯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희고 우뚝 솟은 바위가 삼대 즉 지릅같이 보여서 마골산 또는 계립산이라고도 불린다
지릅이란 삽베란 뜻으로 삼의 줄기를 말하며 마골산의 마 역시 삼베의 삼을 의미하고
골은 뼈를 뜻한다
마골산이란 산의 모양이 삼베로 둘러싼듯 하얗게 보인다는 의미이다
布巖山의 布도 베포자로 글자대로 해석하면 삼베로 둘러쌓인 바위산이란 뜻이다.
포암산 정상석에서 좌우 앞뒤를 둘러봐도 흐릿한 하늘아래 빙둘러 산줄기가 넘실댔다
집으로 돌아와 지도를 보고 북쪽의 월악산과 남쪽의 주흘산이 서 있고
황장산에 이어 대미산에서 조령산까지 내달리는 중간이 포암산이란걸 알았다
땅에서도 동서남북을 가늠하기가 어려운 나로서는 금방 설명을 듣는다해도
넘실대는 산줄기에 감탄할뿐 그많은 산 이름과 위치 분간이 어렵다
만수계곡에서 들어가면 쌍봉의 육산처럼 보이지만 문경시 쪽에서 보면 암봉으로 보인다
포암산에서 1.3km 거리인 하늘재까지는 사백여미터의 고도를 내려야 한다.
소나무를 안은 바위가 의외로 많이 있었다
歲寒松柏이라는 공자의 말처럼 찬겨울 바람에도 척박한 바위틈새에 끼어
추위를 이겨내는 강인한 생명력은 우리민족과 닮았다
솔 향내가 코끝으로 전해졌다
하늘재에 거의 다달은 지역에는 삼국시대에 조성된것으로 추정되는 하늘샘이 있다
파이프로 연결된 작은 구멍에서 물이 졸졸 나와 받아놓은 물은 구정물임에 틀림없는데
바가지로 샘물을 받아 마셔도 될까 찜찜하면서도 하늘길이 열리는 고갯길을 지나려면
수분을 보충해줘야 할거 같아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제 버스가 기다리는 하늘재로 내려가기만 하면 오늘의 일정이 끝이나건만
산불방지 감시구간이라고 이구역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범칙금을 물게한다하여
감시자들을 피해 산을 비켜 내려왔다
실제 하늘재 날머리 부근에서 포암산을 올려다보니 거대한 바위산이었다
아스팔트길이 된 옛고갯길을 숨바꼭질 하듯 빠져나와 대간길 하루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봄은 어디에
눈오는 이월
봄 마중으로 신열이 난다
꽃과 같이 고운 사랑
추풍에 서리오고 눈보라에 무너지는
그 눈길 잊지 못해
그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다
슬픈 이별뒤에 꽃은 시든다
그래도 꽃은 봄을 기다린다
하늘땅 푸르름이 맞붙는 봄을
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