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35차

2016. 3. 30. 14:52백두대간


일시-2016년 3월29일 화요일 맑다 흐리고 바람붐

장소-백두대간 백화산 구간 북진

코스-분지리 안말(343m)-사다리재(830m)-981봉(뇌정산 갈림길)-평천치(890m)-1012봉-백화산(1064m)-바위지대

      -황학산(912m)-862봉-전망대-777봉-조봉(673m)-681봉-이화령(548m)

      백두대간 10.9km+접속구간 2km=12.9km7시간20분 걸림





봄 꽃 터트리는 기쁨이 전해져도 슬픔을 이길수 없다 믿었다

그러나 엄마 육신이 흩어져 가루가 되고 볼수 없는 사람이 되었어도

밥 잘먹고 운동하며 잘살고 있는 내가 나를 생각해도 놀란다

이별의 슬픔과 소멸의 분노가 순간 순간 머리를 하얗게 만들지만

잘 견디고 있고 봄의 향연속에서 많은 치유를 받고 있다


정해진 대간일 약속날은 어김없이 돌아와 지나주에 연이은 대간길 여정에

나섰다

기존의 낯 익은 일행들과 합류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고속도로를  벗어난 버스는 사과나무가 많은 고장을 지나쳐 들머리인 분지리의 안말마을

전 도로에서 내렸다

올해들어 작달맞게 생긴 사과나무는 원없이 구경했다

안말에 세워둔 등산안내도와 입산통제를 알리는 표지판이 동시에 있었다

또랑을 끼고 밭을 오르자 곧바로 사다리골로 오르는 산길이 나온다

해발 343m의 안말에서 839m의 사다리재까지는 2.0km로 오백여미터의 고도를

높여야 하니 계속 오르막의 연속은 숨고르기를 하면서 천천히 올라야 한다

입었던 겉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올랐어도 등짝에 땀이 배였다

백두대간길의 사다리리재 능선에 올라서니 능선 바람이 어느새 땀을 식혀

금세 추워진다

움직이면 덥고 쉬고 있으면 추워 산에서는 체온조절이 만만치가 않다

고사리밭등이라고 하는 사다리재는 이만봉과 백화산으로 갈라지는 고개로

문경시 가은읍 원북리와 충북 괴산군 연풍면 분지리로 오가던 곳이다

고사리가 많이 나는 마을이란다

사다리재에서 2.46km떨어진 981봉까지는 무명봉 두개를 오르막 내리락 해야한다

곧 이어 981봉 뇌정산 갈림길이 나오고 갈림길 아래의 뇌 정산은 991.4km의 높이다

다시 30여분을 걸어 평전치에 다달았다

조선시대 천주교인들이 대원군의 박해를 피해 숨어들었다는

890m의 평전치에서는 분지리마을로 내려가는 골짜기길이 있다

조령산의 수십여개의 밧줄을 잡아보고 나서는 두서너개의 밧줄은 밧줄도 아니라고

언감생신 어렵지 않게 바위길을 넘어 1012봉을 지나고 만덕사 갈림길에 도달했다

만덕사 갈림길에서 백화산까지 남은 거리는 0.4km 금방인데

점심때가 되어 바람길을 피해 점심을 먹고 두개의 암봉을 통과하여

드디어 도착한 오늘의 최고봉인 백화산이다

백화산(1064m)는 문경땅을 향해 비상하는 봉황의 형국으로 솟아있다

지도상으로 보아도 분지리 마을을 안고 있는 유자형의 대간길의 가운데의 암봉이었다

우측으로는 옥녀봉이 갈라지고 이곳에서 대간길은 북서진하여 이화령으로 내달린다

백화산은 괴산군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산에는 잡목이 많고 골짜기가 깊어

물이 맑다

겨울철에 눈덮힌 산 봉우리의 모습이 하얀 천을 씌운듯이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군데 군데 허연 바위새깔이 독특한 백화산이었다

정상너머엔 헬기장이 있고 급한 내리막의 암릉지대가 나온다

백화산에서 0.1km 떨어진 옥녀봉 갈림길을 지나치고 흰드뫼삼거리까지

바위지대가 상당했다

황학산까지 남은거리 0.7km 904봉을 찍고 황학산(912m)에 도달했다

다시 황학산에서 862봉을 찍고 전망대에 올랐다

다음구간에 걸을 희양산과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출렁출렁 거려 어지럽게 느껴진다

바위끝에 올라서 마치 산새가 되는양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흐릿한 하늘과

귓속을 파고드는 봄 바람이 야속하였다.

777봉을 찍었다


이화령 남쪽에 위치하는 황학산 주변에는 억새고원으로 능선길 가장자리에

지난가을 바람에 광란의 춤사위를 펼쳤을 마른 억새줄기가 봄이 오는 바람소리에

텅 빈채 비스듬히 누웠다

흰눈꽃이 피고 사라진 자리에 다시 새순돗고 녹음이 우거지고 나면

우수수 잎 떨어지고 사계절의 자연따라 대간길도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다를것이다

한때 목장과 화전을 일구던 곳 답게 양지바른 곳에 흐린 구름 사이로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주변에는 온통 낙엽송이다

낙엽송은 일본잎 갈나무를 말하는데 목재가 물러서 상품성은 없지만

조림후에는 잘 자라 초기 조림사업을 실시할때 주로 심었다

조림사업때 파 놓은 연못인지 낮은 습지대에나 있는 방죽같은 연못이 있었다

주변에 낙엽이 바닥에 그대로 쌓인채 겨울을 나고 봄을 맞이하여 낙엽융단 깔린 길이

많았다 

유자형으로 이어진 계곡이 여궁의 형상이라 음지가 심하다고 전해지는 분지리 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분지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풍수지리학적으로 여성의 자궁을 의미하여 남근석이 많다고 한다는데

남근석 바위는 눈에 띄지 않고 울뚱불뚱 꼬인나무와 여성 성기모양으로

죽은듯 살았있는 희한한 나무들이 군데군데 서 있었다

가장 안쪽에 위치하는 흰드뫼 마을은 음기가 가장 쎈곳의 터란다.

우리 나이때가 되면 남자는 여자되고 여자는 남자되는 이상한 호르몬 역활로

오히려 낯 가림이 덜해 살기 편할때가 많다

음기가 센 억세밭을 지려밟고 바지춤을 내려 하루종일 참았던 소변을 보고

억세밭과 헬기장을 지나 조봉(673m)을 찍었다

이제 남은 삼킬로여미터를 지나 이화령고개로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데

오늘 구간도 탐방금지구역이라서 오후 다섯시가 넘어 감시원들이 퇴근한다음에

내려가야 하다 해서 한시간이나 양지바른 바닥을 찾아 쉬기로 하였다

길가에 얼굴을 들이미는 어린쑥을 조금 캐어 베낭에 집어넣고

땅에 등짝을 대고 누우니 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냉기는 어느새 없어져

등은 따뜻하고 달끈한 흙냄새와 쑥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바람은 잔잔하여 새벽부터 긴장한 몸이 스르르 녹는거 같다

회색빛 나는 푸른 하늘너머 또 다른 푸른세상이 진짜 있으려나

머리위로 마른가지들만 나풀거리며 바람과 소통한다

등산화 끈 조일시간도 부족하여 질질끌며 따라갔던 때가 엊그제인데

드러누워 하늘을 다 보다니 아름다운 대간길 여정이다.

달콤한 휴식을 끝내고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마지막 날머리로 걸어오는데

높은 곳에서 볼수 없었던 꽃들이 해발 오백여미터쯤 내려오니 노랑색 생강나무꽃과

손톱만큼 작은 연분홍색 괴불나무꽃이 하나둘 피기 시작한다

걷다 쉬다 놀면서 온갖 해찰하며 걷는것이 내 성격에는 딱인것을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엄청난 길이고 성질급한 남편이 앞장서고 있기에 

발빠른 일행들과 합류하여 정신없이 걸어는 가지만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행군 여정이다

행여 길 잃을까 선두와 앞사람의 발뒤꿈치만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을때가 많아

매번 다녀와서도 어디를 어떻게 걸어갔다 왔는지 헷갈릴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오늘처럼 좋은길을 왜 못 다디도록 금지구역으로 만들어 놓았는지 궁금했다

군 부대 통제 구역아래로 비켜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동물 이동통로인

이화령 터널 아래로 내려왔다.

돌아오는길에 저녁으로 그네들이 좋아하는 돼지머리 순대국 대신에

올갱이국을 먹었다

씁쓸음한 다슬기가 된장국에 어울려 비위약한 속이 풀렸나

오랜만에 오는 차안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어둠이 깔린 차창넘어 멀리 백두대간 산줄기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쌩쌩 고속도로 불빛만 질주한다

봄을 먹고 나도 봄이 되어 돌아온 하루였다 



이화령 고개


떨리는 꽃을 피우며

봄을 두고 가네요

아리 아리랑 아라리요

이화령 고개 넘어가네요

산봉우리 남겨놓고

바람따라 구름가듯

잘도 넘어 가네요

잘가요 잘가요 머나먼길

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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