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20. 08:25ㆍ백두대간
일시-2016년4월19일 화요일 맑음
장소-백두대간 장성봉 구간 북진
코스-버리미기재(480m)-장성봉(915m)-막장봉 갈림길-헬기장-악휘봉 갈림길(821m)-악휘봉(845m)
-악휘봉 갈림길-바위지대-722봉-오봉정재(530m)-주치봉(683m)-호리골재-은티마을(280m)로 하산
백두대간 9.3km+접속구간 2.6km+악휘봉 왕복 0.7km=12.6km 7시간30분걸림
봄비로 잠든 대지를 깨우는 잔인한 사월입니다
화무십일홍이라고 한바탕 요동치던 벚꽃잎은 낱낱히 흩어져 없어졌지만
라일락 향기가 내뿜는 봄은 점점 익어가고 있다
짙은봄이 저물어가기전 대간길 버스에 다시 몸을 싣고
오늘의 들머리인 버리미기재라는 곳으로 향했다
버리미기재는 경북 문경의 가은땅과 충북 괴산의 선유동을 오가는 백두대간의 작은 고개로
보리먹이로서 버리(보리)와 미기(먹이)의 합성어라고 한다
보리나 지어먹던 궁핍한곳이란 뜻으로도 쓰이고 벌어먹이다라는 경상도 사투리에서
비롯되었다 한다
지킴이가 지키고 있다던 버리미기재의 초소는 텅비어 있어 아스팔트 도로에서 내린 일행은
도둑 고양이마냥 뛰다시피 숲속으로 한참을 기어올랐다
무슨놈의 대간길이 가는 곳곳을 숨어다녀야 하니 산에서 내려 오지말고
차라리 한번에 쭉 이어 걷기가 나을성 싶다
능선길로 올라서 장성봉까지 작은 너럭바위와 짧은 밧줄을 달고 있는 바위를 오르며
고도를 사백여미터나 올려 915m의 장성봉에 도달했다
장성봉 정상에 서보니 북쪽으로 지난주에 올라갔던 구왕봉과 백두대간의 배꼽이라 칭하는
암릉산인 희양산과 괴산군에서 제일 높은 백화산이 둘러쳐져 있다
어제 내린 비로 대기중 미세먼지를 말끔히 씻어내려 하늘은 파랗고 햇살은 투명했다
침침하던 눈이 부실정도이다
동쪽으로 연결된 능선위로 애기암봉도 보인다
장성봉 정상에서 백두대간길을 찾을시에는 서쪽으로 내려선 능선길로 들어서야 한다
먼저 다녀간 대간꾼들이 남긴 리본으로 손쉽게 대간길로 접어들었다
장성봉을 지나면서 대간 마루금은 왼쪽으로 고목과 아름다운 산이 많은 괴산과
오른쪽으로 양반고을인 문경을 끼고 걷는다
장성봉에서 0.74km를 걸어 막장봉 갈림길이 나온다
절말고을의 살구나무골에서 시묘살이 계곡을 볼때 계곡이 마치 광산의
깊은 갱도처럼 보이고 갱도의 끝인 막장에 솟아았는 봉우리가 막장봉이다
막장봉은 대간길에서 약간 비껴 있다
막장봉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쌍곡으로 내려가므로 조심해서
0.86km떨어진 827봉을 지났다
악휘봉 봉우리방향으로 가는길에 출입금지구역인 표지판과
밧줄로 막아놓았지만 대간길로 전진했다
산 아래보다 산에서는 봄이 더디게 와 진달래가 이제 피기 시작한다
해발 팔백여미터의 능선길에 빗물 머금은 촉촉한 지난 가을 낙엽이 융단처럼 깔려
걷기가 수월했다
강남갔던 제비가 날아올때를 땅속에서도 어떻게 알고 오르락 내리락 대간 능선길에도
노랑제비와 하얀제비 연보라제비가 색색으로 피워내는지 오묘할 따름이다
제비꽃은 가지각색의 색깔로 오르락내리락 대간 능선길에서 춤추고 있었다
숨쉬기 힘들어 지루할만하면 보라색 각시붓꽃이 눈인사를 건낸다
"솔개는 날아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뛰논다"는 말대로
동물이나 식물이나 사람 또한 자기 자리에서 분수대로 사는게 도의 이치라
여겨진다
날씨에 민감한 식물들이 자외선과 온도상승에 의한 적응 스트레스로 개화 호르몬을 분비하여
꽃이 피어난다니 세삼 이쁜꽃에 혼이 팔려 그들의 힘겨운 사투를 알아보지 못했다
낙엽깔린 대간길에서 진달래꽃잎 하나를 입에 넣고 진짜 봄을 먹고 보니
지난 가을과 새 봄이 발끝에서 살아난 기분이다
827봉에서 악휘봉 갈림길까지 3.5km 남았다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여 809봉과 787봉을 지난다
하늘위로 솟은 작은 촛대봉 바위곁에 선 소나무는 뿌리가 땅바닥에 닫기나 하는가
위태하다
우리산에서는 변함없는 바위와 풍상고초를 이겨낸 소나무가 있어야 비로소 완성된
한폭의 그림이 된다
오르기는 무섭지만 오르고 보면 진한 성취와 희열을 느낀다는 바위이다보니
많은이가 바위위를 기어오르고 "나 죽으면 한개 바위가 되리라"고 유치환은 노래했다
그래도 나는 죽어 바위되기보다는 흙이 되는게 낫다
악휘봉 갈림길(821m)에서 짊어진 베낭을 벗어놓고 악휘봉에 오르는데 0.6km길은
바위지대이다
악휘봉(845m)은 괴산군 연풍면과 칠성면 쌍곡리의 경계에 위치하며
다섯개의 봉으로 연결되어 있고 주봉은 사봉이고 삼사봉사이의 입석바위가 수려하다
백두대간의 본줄기에서는 한 발짝 벗어난 악휘봉은 충북쪽으로 솟은 산이다
기암괴석과 노송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봉우리이고 전망이 좋다하여 짊어진 베낭을 벗어놓고
올랐다.
악휘봉 정상에 서서 바라보니 이쪽저쪽 포개진 산마루가 점점 연두와 초록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높아졌다 낮아졌다 이어진 골짜기마다 산비탈을 가꾸고 옹기종기 모여사는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대간길은 악휘봉에서 동남쪽으로 급하게 휘어진다
820봉을 지나고 722봉거쳐 암릉길을 내려오면 530m높이에 은티재라고도 불리는
오봉정고개가 나온다
오봉정재에서 다시 작은 봉우리인 주치봉을 넘어야 한다
백오십여미터의 고도를 올리는것이 왜 이렇게 벅찬지 종아리가 땡기고 숨도 찼다
체력안배를 잘못하여 힘들게 주치봉(683m)에 올라섰다
남아있던 생수를 거의다 들이키고 사탕을 입에 문채 지난번 대간종점인
호리골재로 내려와 희양산과 악휘봉에서 흘러 내려오는 개울이 만나 합곡점인
물이 많다는 은티마을로 내려오는데 어제 내린비로 골짜기가 물이 고여
비오는날이나 장마철에 이곳으로 하산하면 위험하겠다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로 다달은 은티마을은 진짜 젊은 남정네들이 없는지
채마 밭일하는 구부정한 할머니들만 보일뿐 여전히 조용했다
산불감시원을 피해 마을입구에서 쑥도 캐면서 기다림의 휴식을 취하다
산골인심이 후한 달래를 천원어치 사들고 버스에 오르니 아직도 대낮이라
산에서 별의별 구경을 다하고 내려왔어도 하루가 길다.
"사월의 가장 잔인한 달 죽은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고 T.S 엘리엇은 말했다
찬겨울을 뚫고 찾아온 사월의 봄이 황사와 미세먼지만 있는 잔인한 사월이 아니라
1948년4.3 제주항쟁과 1960년4.19 민주혁명 1970년4월8일 와우아파트 붕괴와
가까이에는 2014년4.16일 세월호 침몰까지 힘없는 민초들과 아까운 청춘들 그리고
여린 학생들만 희생시킨 잔인한 사월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있다
오십육주년 사일구날 날씨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기막히게 아름다워
구름도 잔무늬만 남겼다
사과꽃
사월의 짙은봄 오자마자
사과밭에 사과꽃이 피었다
앞뒤 좌우로 열맞춰 사과꽃이 피었다
빨강 꽃봉우리에서 사과꽃이 하얗게 피었다
가득한 씨 열매맺어 붉도록 사과꽃은 몸부림치며 피고 있다
산그림자 내려온 봄날 저녁 사과밭에 사과꽃은 만개하여
그 아이 눈과 입술에 사과꽃 미소가 피어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