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38차

2016. 4. 27. 08:49백두대간



일시-2016년 4월26일 화요일 맑음

장소-백두대간 대야산 구간 남진

코스-버리미기재(482m)-곰넘이재-미륵바위-블란치재(510m)-촛대봉(661m)-대야산(930.7m)-중대봉 갈림길

      -대문바위-밀재(680m)-월영대-용추폭포-벌바위 주차장 

       백두대간 5.6km+접속 4.2km=9.8km 6시간30분걸림





陽春佳節 花開香春이라,

꽃빛으로 설레는 사월의 봄이 한창이다

연두빛으로 가로수가 점점 싱그러워지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화요일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상춘객을 실은 

관광버스는 도로에 많았다

언제쯤이나 긴장된 흥분과 걱정이 가실려나 생긴대로 살아 간다면 아마도 변치

않을거 같은 새벽 외출은 늘 부담스럽다

자다 깨다 서너시간밖에 못 자고 나온탓에 차안에서 비몽사몽 해매는사이

벌써 들른 휴계소에서 고프지 않은 배에 쑤셔넣듯 인절미로 간단 아침을 먹었다

어제밤에 토종닭 한마리와 일반닭 한마리를 동시 백숙으로 포식하고

새벽엔 그 국물로 밥말이하여 억지로 먹지 않으면 따라갈수없는 기력인지라

배 고파 먹는 음식이기보다 산행전 기력 보충제로는 백숙이 제격이다

백두대간 한답시고 벌써 잡아먹은 닭만해도 삼십여마리가 넘었다

앞으로도 스무마리 이상 배속으로 들어갈 판이니 적극 살생한 내가 그들에게

애도를 취해야 함은 당연하다

보리자루를 메고 넘었다는 해발 482m의 보리미기재에서 시작된 대간길 걷기는

전나무숲옆을 지나 첫번째 봉우리인 675봉에 오르며 시작된다

지도에 표기된 전나무숲은 도로를 따라 길 양쪽으로 조금 있었다

곰이 넘어 다녔다는 733m의 곰이 넘었던 곰넘이봉 봉우리를

우회하였다

초반부터 한시간를 연신 오르막으로 시작하여 전망좋은 바위에

소나무 한그루가 길손을 쉬어가게 만들고 암반 로프구간을 올라서면

길게 솟은 귀를 형상한 미륵바위가 나온다 

희한한 생김새와 크기에 놀라 조망 구경과 사진 찍는다고 올라섰다가

펄쩍펄쩍 뛰는 그네들 옆으로 나는 벌벌 기어 내려 오는꼴이 되고 말았다

721봉을 넘으면 다시 급경사 오름막의 기암로프 구간이 나오고 폐헬기장을 지난뒤

불란치재에 다달은다

흙길인 불란치재는 옛날 이고개 중간에 절이 있었다 하여 부르게 되었고

또한 불난고개여서 춥지않은 고개인 불한령이 분한재로 부르다가 변음이 되어

불한티로 부르게 되었다 한다

과거에는 우마차가 다니던곳이었으나 버리미기재가 개설됨으로

이곳은 폐로가 되었다

불란치재에서 남진할 경우 직진하면 용추리 방향으로 가므로 불란치재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서 걸어야 대간길 알바를 않는다

일반도로와 별반 구별없는 불란치재에서 촛대봉으로 가는길은 완만하게 이어가다

아주 가파르게 밧줄을 잡고 올라서면 688m의 촛대봉이 나온다

촛대봉에서 이십여분 내려서면 이내 완만해지고 출입금지 현수막이 붙은  

촛대재에 다달은다

촛대재는 용추계곡 피아골에서 건너편 괴산의 상관평으로 이러지는 길이 가로 지른다

산행시작 두시간이 훌쩍 넘어 오렌지와 물로 허기와 목마름을 달랬다

혀끝에서 목젖을 타고 식도로 넘어가는 과즙이 여름만큼 더운열기를 식혀준다.


다시 길을 제촉하여 대야산으로 가는길은 그동안 밟았던 장성봉과

희양산 능선이 계속 따라 온다

대야산 정상을 밟는일은 쉽지 않았다

촛대재를 지나 오르막 숲으로 빨려들어간 대간길은 어느새 가장 힘들다는

암벽이 나온다

직벽은 오르기보다는 내리막이 그나마 쉽다는데 백미터 높이의 절벽 로프의 우회로 길에

구간 구간 끊은 로프 역시 우측으로 이십미터 넘는 절벽이 도사리고 있어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로프가 달려 있다해도 발디딜 헝크러진 흙더미가 금방이라도 덩어리째 떨어져 나갈듯

흔들거려 위험했다.

좌측 직벽으로 올라선 일행은 바위에 녹아내린 물로 인해 사색이 되어 올라섰다고

전했다

먼저 올라선 일행이 밧줄로 땡겨주고 손잡아 주어 겨우 올라섰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고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비로소 삼감점과 정상석이 있는 대야산 정상에

도달하니 사방이 탁 트이고 하늘을 새파랗다

정상에 설치된 목책을 뛰어넘어 정상에서 바라보니 북쪽으로 불란치재를 거쳐

춧대봉에서 무시무시한 바위를 타고 올라온 능선과 동쪽으로는 용추계곡아래

오늘의 날머리인 벌바위마을이 멀리 조망되고 남쪽으로 내려갈 밀재 능선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해발 930.7m의 대야산은  인기명산 25위로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에

속한다

블랙야크에서 선정한 백대명산에서는 위험하여 제외된 산이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과 경북 문경시 가은읍에 걸쳐 있으며 대하산 대화산 상대산등으로

불리지만 1789년 발행된 문경현지에는 대야산으로 적혀있다

속리산 국리공원내에 포함되고 깍아지른 기암괴석이 울창한 수풀로 둘러싸인

산세가 아름다운 대야산이다

정상에 설치된 카메라에서 연신 출입금지구역을 넘나들지 말라는 방송이 들렸다

정상에서 비켜 그늘을 찾아 점심을 먹으려니 밥보다 물이 땡겨 이온음료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지난주 만들어본 머위쌈밥에 이어 이번주엔 양념밴 김말이밥에 김치를 곁들여

다른때보다 배가 불뚝 나오도록 과식을 하였다.

대간길 시작 초창기에는 소화 잘되는 죽으로 그러다 먹는것도 남들보다 빨라야 한다길래

한동안 닭가슴살 주먹밥으로 먹다가 요즘들어 안 먹어본 메뉴를 싸가지고 다니는

여유를 부려본다

대야산 정상 못미쳐 대야산도 식후경이란 푯말이 새겨졌더만

백두대간도 식후경이라고 걷는것도 구경하는것도 모두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짓거리란다

시간만 많으면 한숨 자다 가면 좋을텐데 그랬다간 안그래도 꼴찌로 간당간당

따라가는 주제에 산악 대간팀에서는 어림없는 생각뿐이다

얼추 긴 이십여분을 점심시간으로 허비하고 배낭을 꾸려 대야산 정상에서

가야할 조항산 너머를 눈에 두고 계단으로 내려서니 밀재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도

몇몇 있었다

대아산은 백두대간이 희양산에서 청화산을 거쳐 속리산으로 이어지기전에 솟은

산으로 바위와 계곡물이 많아 사랑을 받는산이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뻗어내려가는 도중 대야산에 이르러 양쪽에 선유동을 만들어놓아

수많은 시인과 묵객들이 자연을 즐기는데 동쪽 경북쪽에는 선유동계곡과 용추계곡이 있고

서쪽 충북쪽에는 괴산 선유동계곡과 화양구곡이 있다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내선유동이라고 대야산밑에 기록되어 있음을 알수있다

오만분의 일지도에도 경북과 충북 두개의 선유동이 있었다.

정상을 벗어나면 만들어진지가 얼마되지 않은 철계단을 내려와 중대봉 갈림길이 나온다

중대봉 갈림길(919m)에서 중대봉으로 넘어가는 알바를 조심하여야 한다 

기암 괴석의 바위인 삿갓모양의 버섯바위와 전망대를 지나고 나면 큰 대문바위가 나오고

코끼리 바위와 거북바위를 지난다

별별 특이한 이름 달고 서 있는 바위들이 신기할 따름이고 바라보는대로 지각각인 바위들이 있어

대야산 정상부근에는 많은 바위를 넘고넘어야 밀재에 다달은다

680m의 밀재는 경북과 충북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로 나무가 우거져 밀림을 이루었는데

이고개를 넘으려면 밀림을 헤치고 나가야 한다하여 유래되었다  

밀재에서 오늘 대간걷기는 끝이났다.

아직 봄이거늘 여름마냥 한낮은 더웠다

그나마 능선바람으로 땀을 식혀가며 짧지만 위험한 대야산구간을 끝내고

잠깐의 휴식과 사과 몇조각과 건자두 몇개로 요기를 하였다

밀재에서 서쪽은 농바위골로 내려가는 골짜기이고 동쪽으로는 다래골로 내려간다

다래골 아래 월영대 가는길에는 낙엽송과 호젓한 산죽길이다

곳곳에 문경도자기의 명성답게 깨진 사금파리와 도자기 부스러기가 많았다

계곡으로 접어들수록 물소리와 함께 시원한 청량감이 든다

월영대에 다달으자 넓은 너럭바위 위로 미끄러지듯 물이 흐른다

달이 뜨는 밤이면 바위와 계곡에 달빛이 비친다하여 월영대라 한단다

낮달 대신 뜨거운 햇살이 물위에 초록햇살로 반사되었다

피아골 계곡과 다래골의 합수점인 월영대 삼거리에서 용추골짜기로 내려와

용추폭포에 섰다

봄 햇살이 내리쬐는 회백색 화강암반이 반짝거리고 병풍처럼 에워싼 수풀은

시원했다

높지 않은 폭포수는 맑고 초록빛 물이 투명한 용추는 하트모양으로 움푹 패여 있었다

좌측에 긁힌 자국은 용이 승천하면서 바위를 스치고 지나가서 생긴 비늘자국으로

전해온다

바닥깔창을 하나 더 깔고도 넉넉하여 행여 헐떡거릴까 꽉 조여맨 등산화 풀고

양말을 벗어 암반을 타고 흐르는 물에 발바닥을 대는 순간 미끌거리고 살을 에는

차가움에 놀랐다

얕은물이라고 얕잡아본 나의 실수다

그래 아직 한 여름은 아닌거야,가을볕엔 딸을 내보내고 봄볕엔 며느리를 내보낸다더니

산 위에서 내려 오기는 이른 봄날 오후 태양은 좌외선으로 이글거린다

마늘밭에 푸르름이 넘치고 고소한 향내가 나는 이팝나무 꽃잎위로 검정나비가 춤추는

벌바위마을 입구에서 작은 산줄기인듯 언덕을 넘어서야 비로소 날머리인

주차장이 나온다

봄의 새로운 잎들로 겹겹이 이어진 백두대간의 산마루가 아득히 멀어져 가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가슴과 다리가 한꺼번에 떨렸지만 희양산보다 쉽게 다녀왔다는 생각을 했는데

바위 숨결에 정신을 뿔뿔히 흩어 놓았나 다음날 내 모가지는 부어 올랐다

창문 열어 봄 바람 들이고 캐모마일 차 한잔 마셔야겠다



한포기 들풀 되어


한포기 들풀이 되어 기다렸다

햇빛 가득 차오르자 숨 죽이며

툭 떨어진 꽃잎 몇개가 들풀위에 앉는다


꽃 피고 꽃 진 자리에 봄이 겹겹이 쌓이고

졸다 지친 낮달은 월영대 물위로 떨어진다

어린 진달래꽃잎 하나 눈물처럼 떨어뜨린 월영대 아래에서

달래야 달래야,

저끝에서 이끝까지 멀고먼 사이에 부른다고 들리기나 할까

심장 박동 무너지는 소리에 바람도 골짜기를 빠져나간다

한 포기 들풀 되어 눈을 감고 숨가픈 그리움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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