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7. 11:02ㆍ백두대간
일시-2017년 6월6일 흐리다 비옴
장소-백두대간 백수리산 삼도봉 구간 북진
코스-덕산재(644m)-부항령-백수리산(1034m)-박석산(1175m)-삼도봉(1177m)-삼마골재-해인리 마을회관(550m)
오후에 비온다는 기상예보는 틀리지 않았다
습기찬 새벽바람이 끕끕하게 몸으로 스며든다
이른 새벽부터 떠나는 여행객과 산행꾼들로 양재역 서초구청앞이
북새통을 이룬다
건강을 위해 떠나는 여행과 산행으로 부푼 사람들의 얼굴은 화사했다
지난주 일무일박 삼일간의 지리산 산행에 이어 이제 일상이 된듯
화요일 새벽은 부산떠는 날로 되어져 마음의 부담은 점차 사라지고
몸은 가벼웠다
뿌연하늘이 금방이라도 비를 내릴 기세이다
덕산재 가는길목에 덕유산 국립공원안에 들어가는 설천면 소천리의 나제통문에서 내렸다
나제 통문은 석모산 인근의 기암절벽을 인위적으로 관통시킨 것으로
설천면과 무풍면의 경계이다
신라와 백제가 치열한 전투가 벌여졌건 중요한 지역으로
삼국시대가 아닌 후대 통문의 역사적 의미가 정해져 오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과
일제 강점기에 물자 수송을 위해 만들어졌다고도 전해진다
굴 아래로 차들이 쌩쌩 달리고사람들도 왕래 했다
차는 30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덕산재로 이동했다
블랙야크에서 백두대간 에코 인증제도가 새로 생겨 백명산 빨간 수건을 아예
옆구리에 찔러 가지고 다니면서 인증샷을 했다
인증하면 무슨 해택이 있는지도 모른채 어차피 걸어가는 도중 인증하여 올리면
늘어나는 숫자에 성취감을 느낄려나 지리산에서는 놓친 지점도 있었다
너도나도 하니 따라서는 하지만 여간 귀찮은일이 아닐수가 없다
등산차비를 마치고 우왕좌왕 하는 사이 숲으로 들어선 선두 일행은 머리 뒷꼭지도 안보이게
싹 사라졌다
산악회의 산 사람들의 행동이 산 다람쥐보다 빠르다
생 날것들의 거침없는 질주가 시작되었다
그들을 뒤쫓아 가려니 초반부터 숨이 차오르지만
햇볕도 잠자고 가끔씩 시원한 바람 불어주니
제법 빠른 발걸음으로 뒤쫓아갔다
835봉을 넘고 서서히 고도를 높였다
607m의 부항령까지는 쉼없이 오르막이다
물론 내리락 오르락 하는 중에 쉼없이 오르막이다
대장 말로는 빨래판 능선이라고 하더구만
어느 사람이 이처럼 길고 높은 오르막과 내리막 빨래판으로
옷을 빤단 말인가
아마도 산신령이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삼도봉 터널이 지나는 부항령이다
김천시 부항면과 무주군 무풍면을 경계인 백두대간의 고개중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최북단의 고개이다
부항령 표지석에서 2.2km를 더가면 백수리산이다
백수리산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백수리산 전에서 지름길을 택해서 걸었다
우측으로 가파른 지름길은 능선길보다는 조금 빠르지만 몸이 자꾸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발을 헛디디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연두색으로 둘러쌓인 숲길이 아름다웠다
이파리 사이사이 맑은 하늘이 비친다
해발고도 1034m의 백수리산 정상은 헬기장이 있다
헬기장 시멘트 블록에서 주먹밥을 먹었다
평평한 헬기장 인근에 엉겅퀴가 참 크다 했더니
나중에 알고보니 뻐꾹새 꽃이란다
꽃대가 작은사람 키만하게 자라고 연보라색 꽃도 주먹만하다
정상을 벗어 나려는데 앞으로 펼쳐진 백두의 능선이 초록으로 출렁거려
잠시 눈을 뗄수가 없다
이어 박석산을 향해 전진이다
오를수록 은방울꽃과 민백미꽃의 하얀색이 어두운 길섶에서 환하게 피어 있다
은방울꽃은 꽃 피기전의 이파리가 명이나물과 비슷하여
웰빙나물 먹겠다고 뜯어 먹었다간 황천길을 제촉하는수가 있다
은방울꽃은 땅을 바라보고 피고 민백미꽃은 하늘을 바라보고 피는
티끌하나 없이 순백의 꽃들이 발목을 자꾸 잡는다
아름답다는 말 대신 해줄수 있는 말이 없다
하얀 찔레꽃과 백당나무꽃 까지 흰색의 무한한 매력에 빠지고 있는날이다
박석산은 흔하디 흔한 표지석 하나없고 프라스틱 푯말에 박석산이라고 검은 글씨로
쓰여 있고 삼각점이 있다
어두컴컴해진 하늘은 급기야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진다
1177m의 삼도봉에 도달하니 희뿌연 안개로 을씨년스럽다
작년에 왔을때도 저녁 안개로 거무튀튀한 삼도봉 탑을 보고 내려 갔었는데
삼도봉 화합 기념탑의 용머리위에 앉은 여의주는 안그래도 까만색이
시꺼먼 하늘로 사라질 기세이다
산행 시작 다섯시간이 되어가자 종아리와 오금자리는 터질듯이 아프고
기진맥진하여도 인증 수건을 들고 웃으면서 한장 남긴다
매번 쉽다는 구간도 막상 걷다보면 고통의 길이다
집 나서면 한번도 거저 되는 산행이 없다
힘들어 죽겠다는 말은 달고 걸으면서 왜 걷는지
남진 한번으로 족하면 그만인걸 괜한 약속은 해가지고
오늘도 죽을만치 힘들면서 드디어 백두대간길은 끝이 나고
이제는 삼겹살과 버스가 기다리는 해인리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계곡으로 내려가는일도 만만치 않아 중간중간 접속으로 끊어 버스타기까지가 힘들어
배보다 배꼽이 큰경우가 허다하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가파른 너덜 내리막이다
내려가는게 그나마 다행일까 반대로 오르라면 숨터져 죽을지도 모른다
아니 차라리 오르막이 나을수도 있다
어떻하면 쉬운길이 없나 생각하는 꼼수는 사라질줄 모르니
어디가서 백두대간 타고 다니는 여자라고 뽐내서도 안된다
너덜 바위지대를 내려가는 길은 삐끗하면 발목이 돌아가는 사고를 당할수도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하다
한방울씩 내리던 비는 어느새 주룩주룩 내리고 우비를 입고도
웃도리와 바지가 몽땅 젖었다
머리속으로 들어가는 시원한 빗물덕에 두통은 없었다
3km의 계곡 내리막은 가파르고 크고 작은 바위들로 빗물까지 스며들어 미끌거린다
비가 많이 오는날이나 장마철 하산길로는 위험한 계곡길이다
한시간이 넘는 가파른 하산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몸도 지치고 맘도 지쳐있지만 머리는 맑고 눈도 맑았다
우중 산행의 묘미다
빗물 떨어지는 투명한 연두색 이파리가 파르르 떨고 머리카락에 젖은 빗물이
뺨으로 목덜미로 파고 들어 손끝이 살짝 시려오는 추위를 느낄때즈음 비로소
해인리 계곡 마을로 내려섰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지루한 내리막이 끝나긴 끝이 났다
북적거리는 산장에서는 먼저온 일행은 고기 냄새를 풍기면서 실외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쌩쥐꼴로 내려온 나는 개운하게 온수로 간단 샤워를 하고나서
식사에 합류했다
체력이 고갈되고 추워 식당 밖에서 오돌오돌 떨면서 밥을 먹고
버스로 이동했다
거위털 옷을 배낭을 바꾸면서 빠트려 하마트면 동태 될뻔 했다
나처럼 기온에 예민한 사람은 여름철에도 보온자켓은 필수로 갖고 다녀야 하는
품목이다
실수가 잦을수록 몸은 더 고달프다는걸 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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