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2-23차 소백산 비로봉 구간

2017. 11. 8. 10:34백두대간


일시-2017년 11월7일 화요일 맑음

장소-백두대간 소백산 비로봉 구간 북진

코스-죽령(689m)-제2연화봉(1357m)-소백산 천문대-연화봉-제1연화봉-비로봉(1439.5m)

      -어의곡 주차장

    백두대간 11.43km+접속구간 5.1km=16.53km를 5시간10분 걸림

 

 

이맘때 즈음이면 여기저기 산에서 산불 감시기간으로 산객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구간이 많다

희양산 구간도 마찬가지이다

산경도에 제대로된 지도 금긋기를 하려면 국공들의 출퇴근 시간을 피해

다녀야 하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대간길을 걸어야 한다

지난주 대간길은 호리골재에서 멈췄다

호리골재에서 이화령 지나 황장산에서 죽령까지 건너뛰고 오늘 일정이

소백산 비로봉 구간으로 변경되었다

블랙야크 에코인증 하는데 지장도 있고 국공들 눈속임 하는것도 그렇고

여러개의 핑계는 대간 발걸음을 단숨에 소백산으로 올려 놓았다

그놈의 인증이 무슨 대수라고 포인트 적립하면 돈이 된단다

설마 돈 들여가며 대간걷기 하는 사람들이 몇푼이나 된다고 인증에 목을 맬까

아마도 다녀왔던 장소를 기록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어디를 어떻게 갔다 왔는지

기억도 흐린데다 하나 둘 적립 되어가는 성취감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인증 장소가 나오면 우 하고 몰려가서 줄서서 기다려야 하고

매번 나하고 무관한 회사 선전하는 수건을 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여간 아니라

어쩔때는 내가 인증하러 산에 오나 싶은 생각이 든다

백개의 산 정상을 목표 두었으니 어느 순간 멈춰질것이다

 

해발고도 689m의 죽령고개까지 버스는 이리저리 돌고돌아 올랐다

죽령고개는 경북 여주시 풍기읍과 충북 단양군 대강면을 잇는다

소백산맥의 높은 도솔봉(1314m)과 북쪽의 연화봉(1394m)의 안부인 죽령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니 얇은 옷속으로 써늘한 공기가 파고 든다

안그래도 굼뜬 몸이 더우면 더 느릿해지는 탓에 아직 내 옷차림은 여름이라

저절로 움찔해졌다

가을을 진짜 떠나 보내야만 하는가 보다

바람에 떨어진 낙엽들은 아스팔트길 가장자리로 뭉쳐 다닌다

알록달록 눈을 즐겁게 하던 잎새들이 이렇게 쓸쓸하게

스러져가고 있었다

을씨년스런 바람으로 마음도 덩달아 급해 정신없이 인증을 마치고

널찍한 아스팔트 도로 따라 대간길 걷기는 시작되었다

옛날 도승이 이 고개가 오르기가 힘들어 대지팡이를 꽂은것이

살아 났다는 고개에는 이제 아스팔트가 포장되어 있어

연화봉 표지석이 있는 천문대까지는

차가 올라간다

오늘은 비로봉까지 죽 올라갔다 내려오기만 하면 된다

올라갔다 내려왔다 내려온만큼 다시 올라갔다 내려왔다

몇번을 반복하여 사람 진을 빼지 않아서 오히려 편하다는 코스다

제2연화봉까지 거리는 7km다

고도가 무려 1357m로 꾸준히 쉼없이 올라야만 한다

숨이 차서 뛰어 오를수는 없고 한발한발 인내가 필요하다

발바닥에 딱딱하게 닿는 시멘트 감촉만 빼면 좋으련만

역시 걷기에는 흙길만한게 없다

두시간도 못 되어 제2연화봉에 다달았다

천미터 고지위로 오르니 구름이 빠르게 이동한다

파란 하늘이 보였다 가렸다 흰구름의 춤사위가

한줄기 바람에도 생을 마치는 땅위의 낙엽과는

정반대로 찬란하기만 하다

땅 위의 숨결이 하늘에 닿을때야만 비로소 만들어진는 색감일게다

그래서 이육사도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는 날을

그리워했는지도 모른다

발 아래에 바짝 붙은 그림자를 데리고 모래 보다는 굵고 돌멩이 보다는 작은

자갈이 깔린 도로를 걸었다

연화봉 갈림길에 다달은다

발에 바뀌를 달고 뛰었나 남편 뒤꼭지가 안보여 정신없이 뒤쫓아갔다

심장이 아랫배까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압박감을 두세번 겪고 났더니

선두 몇명만 빼고는 내 차례다 

물 마실 시간도 없이 너무 서둘러 걸어 왔나보다

연화봉 오름길에 불던 시원한 바람은 연화봉에 올라서니 더 거셌다

세찬 바람속에 시꺼먼 남편은 오르는길만 바라보고 서있다

바람이 옷자락이며 온몸과 정신까지도 모든것들을 흔들고 있는 상황이구먼

사진 인증 때문에 기다렸나 보다 

빠르게 연화봉을 벗어나  바람이 잔잔한 황량한 철쭉 나무속으로 들어갔다

휴 바람 때문에 놀랬네,아직 진짜 비로봉 바람은 안 맞았다

매년 봄이면 철쭉제로 장관을 이루는 연화봉 철쭉 군락지에도 언제 붉게 타올랐던가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제1연화봉을 지나고 1382봉과 1395봉을 지나 주목 감시초소 가는길은

시야가 한눈에 들어와 소백산 대간 능선이 장쾌하다

몇 안남은 허연 억새꽃과 마른 잡풀만이 바람앞에 흔들리며 평지길이나

다름없는 편한길이다

점심도 굶어가며 바람이 미는대로 주목 감시초소까지 왔더니

초소가 공사중이라 들어갈수가 없다

간신히 텐트가 쳐진 옆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주먹밥으로 요기했다

너무 빠르게 걸었는지 속이 미식미식 밥맛도 없다

주먹밥 몇번 씹고 오렌지 주스만 벌컥벌컥 들이키고 일어났다

주목 군락지라는 곳도 키 작은 주목만이 있을뿐 마른잡풀만이

비로봉 사면을 덮고 있다

바람이 거세기로 유명하다는 소백산 비로봉이 바로이다

바람앞에 나무가 살수 없는 땅인지, 나무가 없어 바람이 더 부는지

바람은 비로봉 능선위로 불어 정상석이 놓인 공터에 오래 서 있을수가 없다

비로봉 정상에는 파란 하늘과 바람 구름 그리고 1439.5m의 당당한

소백산 비로봉 정상석이 서있다

국립공원 정상석 중에서도 소백산 비로봉은 예쁜 정상석으로 손꼽힌다

물론 높은 산위의 표지석은 모두 위대해 보였지만

지리산 천왕봉 정상석은 가분수같아 안정감이 없고 무엇보다 사진찍는 사람이

위태로운 위치에 사나웁게 놓여있다

또 설악산 대청봉 정상석은 글씨체도 그렇고 붉은글씨가 개인적으로 별로다

천왕봉과 대청봉 정상석을 몇번이나 보았다고 정상석 타령을 하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보다

대간길에서는 대야산 가기전에 조항산 정상석이 작고 예뻤다

 

지난 백두대간길에는 어의곡리에서 올라오다 비로봉을 앞두고

처음으로 상고대를 눈앞에서 마주하여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 했었다

또 비로봉 가는길에서는 살을 에는 거센 칼바람이 불었다

온몸을 감싸고도 바람 앞에 한낱 풀포기 마냥 이리저리 휘청거려 로프 잡고

간신히 오르며 자연의 위력을 실감 했었다 

역시나 늦가을에도 비로봉 정상 바람은 쌨다

걱정과 근심을 위로받기에는 바람이 제격이라고 하지만

바람의 세기가 너무 쌔 기쁨과 즐거움 마저도 한방에 날려버릴것만 같다

바람의 땅에서는 어느것도 바람을 피할길이 없다

오롯이 바람을 맞이 하던지 아님 바람을 피해 가던지

쪽빛에 가까운 투명한 파란 하늘이 좋아서 좀 더 머물고 싶었지만

귀가 시려온다

인증 수건으로 머리와 귀를 꽁꽁 싸매고 비로봉을 벗어났다

"울긋불긋한 것이 꼭 비단 장막속을 거니는것 같고

호사스러운 잔치 자리에 왕림한 기분"이라 묘사했던 이황은 아마도 철쭉 핀 소백을 걸었던

모양이다

가을은 하늘이라더니 황량한 십일월 늦가을 하늘에도 가득찬 쪽빛 물이 쏟아져

내릴것만 같다

붉게 타오르던 엊그제 가을 정취만큼은 아니여도 바람 한점에도 후두둑 떨어져

누런 이파리로 변색된 촉촉한 낙엽을 밟는 늦가을 정취도 나쁘진 않다

매사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미 맨살로 겨울을 기다리는 나무들은 벌써 추워 보였다

 

비로봉 정상석을 뒤로하고 국망봉 가는길과 어의곡리 가는길이 갈라지는

삼거리로 내려와서 어의곡리로 하산했다

오름길에서 앞장섰던 나는 내리막길에서 쏜살같이 미끌어지듯 내려가는

산우들에게 길을 양보하고 사라진 그네들보다 몇십분이나 늦었다 

서당개 삼 년에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대로 똥개 훈련하듯 백두대간 걷기 삼년이 지나고

이러다 진짜 초보딱지를 떼려는가 하는 생각은 접기로 했다

선두와 경쟁 없는 영원한 초보가 심간이 편하다

멀쩡한 몸으로 산에서 내려와 집에 귀가할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

하산 시간 빠르다고 자랑하는 산우는 별로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다.

 

비로봉에서 마친 대간 마루금은 빠진 구간을 걷고 나면

나뭇가지와 풀잎에 다시 물이 오르는 내년 봄 즈음에나 국망봉으로 달려 갈것이다

 

 

소백산에 올라

 

비로봉 높은곳

바람 앞에 서서

새가 되어 날아가거나

짐승 되어 기어가거나

나무사이로 빠져 나가는

나는

바람,바람이 된다

 

갈수 없는 하늘

쪽빛 하늘에서

바닷물이 쏟아지거나

물고기가 떨어지거나

바다 같은 하늘과 바람앞에

나는

점,점으로 남는다

 

2017년 11월 초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