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17일 목요일

2018. 5. 21. 18:14여행


새벽 3시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집 떠날시각보다 무려 세시간이나 빠른 시간이다

짐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여권과 신분증 지갑을 다시 확인했다

두달동안 긴 일정이라 몇개 안남은 꽃화분에도 물을 잔뜩 주었다

갑자기 번개와 천둥 소리가 요란하다

불이 번쩍 하늘은 무섭고 주위는 까맣다

앉았다 일어났다 왔다 갔다 좌불안석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고 택시를 잡아타고

공덕역으로 와서 공항철도로 환승했다

너무 빠른 시각에 공항에 도착했다 

그 넓은 공항로비와 복도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젊은이들이나 해외여행을 위해 짐을 싸는줄 알았다간 오산이다

요즘은 젊은이보다 늙은이들이 더 많은 세계여행을 하는 세상이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단 말이 사실이다

시간과 경제력이 있는 늙은이들이 많아진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어디를 가고 오는지 참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들어오고 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지구촌 사람들의 왕래가 대단하다

오늘 아침까지 처방된 남은 약을 입에 털어 넣고 출국 수속을 마쳤다


피로가 겹친줄도 모르고 사월과 오월 주중산행과 주말 산행 일정을 빼곡하게 진행했다

지원 출산 준비까지 겹쳐 심신이 고달펐나 사진 동영상까지 배우고 나니

귀에서 바람소리가 나고 머리속이 윙윙 울린다

오월 초순까지 일정을 모두 마무리 하고나서 어머니날 어머니댁을 찾아 뵙고

헝가리에 가지고 갈 건어물을 사들고 집에왔다

잘 자고 난거 같은데 몸을 운씬을 못할정도로 고통이 몰려왔다

하루를 미련하게 집에서 보내고 나서 11일 이비인후과를 들렀다

돌발성 난청이라는 병명을 얻고 강력한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처방받았다

얼굴이 낮술 먹은사람 모양 화끈거리고 약에 취한 한시간여는 기운이 하나 없어

나도 모르게 침대로 파고들고 두세시간 지나면 조금 나아졌다

삼일간의 처방약으로도 차도가 없으면 종합병원으로 가서 진단받아야하고 비행기를 못탈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라고 의사는 잔뜩 겁을 준다

그동안 백두대간도 하는사람이라고 자부하면서 건강을 맹신했던것이 지나친 과신이었나보다

타고난 체질이 약골인것은

과로나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돌발성 난청은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청력을 잃을수 있는

무서운 병이란다

외래 이비인후과에서 마그네슘을 처방한 백밀리의 수액주사를 맞고

의사말대로 멍때리는 삼일간을 보냈다

모든 컴퓨터와 전자기기를 차단하고 스마트폰도 급한용무가 아님 하루에 세번 문자만 확인했다

강력한 약때문인지 입맛이 까끌거려 닭 한마리로 백숙을 만들어서 먹고 대추와 마늘을 잔뜩넣어

국물을 수시로 마셨다

백두대간 갈때마다 토종닭 한마리씩 잡아먹고 겨우겨우 걸어냈던 기억을 되살려

닭과 소고기 단백질을 억지로 먹었다

응급실로 실려가 죽을정도의 상황이 아니라면 비행기는 타야하기 때문이다

첫손주 보러가는길이 이렇게 어려운길이될줄이야

월요일 다시 이비인후과를 찾아 검사한 결과 거의 정상으로 수치가 돌아와 그나마 다행이라며

삼일간의 약처방과 열흘분의 수면제와 몸살약을 처방받았다

오후에는 보건소에 들러 콜레스테롤 약처방까지 받아 두툼한 약봉지를 들고 집에 왔다

산후조리차 떠나는  여행 짐보따리에 이약 저약 챙기다보니 내가 요양차 떠나는 사람모양

약만 수북하다

두달동안 아무일 없이 건강하게 있다 돌아와야 할텐데 걱정이 앞선다


온전치 못한 컨디션으로 비행시간이 길어질수록 손발은 부어 올랐다

열두시간 비행을 마치고 드디어 런던 히드로 공항이다

새벽잠을 못잔채 하루종일 하늘위에서 보내서 한국은 벌써 밤 열시가 되었다

우리와 시차가 여덟시간이나 차이가 난 런던에 도착하니 이제사 한낮이다

잘시간에 잠못자고 런던에서 6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 시각이 무척 괴로웠다

한시간전이나 되어야 갈아탈 게이트가 게시판에 뜨기 때문에 맘놓고

여기저기 돌아다닐수도 없다

조용한 의자를 찾아 거위털을 꺼내입고 무조건 누웠다

다리는 힘이 없고 얼굴은 부석부석 시커멓게 뜨고 손발은 부어 올라

화장실에 비친 거울에는 내가 나를 몰라볼정도로 하루만에 어디서 본듯한 할머니가

서 있다

기다리는 긴 시각 한국에서부터 유침칩을 사들고 와서 런던에서 갈아낀다던 남편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열심히 부팅중이다

이리저리 해봐도 부팅이 안되는지 혼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눈치다

기계치인 내가 그렇다고 선뜻 알아서 해줄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가 내몸도 가누기 힘들어서

아프지만 않는것이 그나마 도움이 되는 형국이다

히드로 공항 환승대기공간은 딱히 먹을만한 음식도 골고루 없었다

초밥 코너로 데리고 가는 남편 따라 갔다 초밥은 싫다는 내 말이 굉장히 기분이 언짢은 남편은

이내 삐쳐 밥맛도 없고 기분도 나뻐 저녁은 생각이 없단다

어떻게든 비상약을 먹어야 정신을 차릴것 같은 나는 치킨덮밥과 물 한병을 사서 먹고 몸살약을 먹었다

내 몸이 쓰러질것 같아 신경질적인 반응이 짜증난 남편과 서로 눈치만 보다 런던 시각 여덟시 사십분에

부다페스트로 가는행으로 갈아탔다

환승대기인 6시간이란 긴 시간동안 기다리는 지루함도 견딜수 없이 괴롭고

검색대 직원들의 불친절과 영국인들의 쌀쌀한 태도 또한 밥맛이다

런던에서 비행시각은 두시간 삼십분이 걸렸다

부다페스트는 한국과의 시차가 다시 일곱시간이라서 한밤중인 영시십오분에

부다공항에 도달했다

실로 긴 만하루를 꼬박 채우고도 넘어 서울은 다음날 아침이고 헝가리는 아직 밤이다

간수치가 높은 지원이는 삼주째 입원중이고 앤서방이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

우리는 반겼다

겨울에 보고 몇달만에 보는 얼굴이건만 그동안에 별일들을 다 겪어낸 앤서방은

아무일도 없는듯 그때 그모습 그대로였다

피로한 몸을 이끌로 간신히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극심한 피로는 스트레스를 주고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고

아직 낫지 않은 귀병은 윙윙 대고 약을 먹고 누웠으나 잠을 이루수가 없다

지루하고 긴 시간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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