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27. 08:16ㆍ백두대간
일시-2019년 3월26일 화요일 맑음
장소-가성산 눌의산 북진
코스-괘방령-418봉-가성산-장군봉-663봉 헬기장-눌의산-헬기장-대평 지하도로-추풍령
백두대간 10.5km를 4시간 30분 걸림
지방 국도 977번이 지나는 괘방령에 다시 왔다
과거보러 다니던 선비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질까 두려웠던 추풍령대신
급제를 알리는 방이 붙는다고 이름지어진 괘방령 고개에는 지난주에 이어
여전히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예로부터 괴산에 있는 조령과 영동군의 추풍령 그리고 단양군의 죽령 고개를
넘어 소백산맥을 넘었었다
그중 대표적 관문은 조령이었고 괘방령은 주로 상로로 이용되었었다
1905년 추풍령에 경부선이 부설되면서 지금은 영남지방과 중부지방을 넘나드는 관문의 역활을
추풍령이 하고 있다
괘방령은 박이룡이 의병을 일으켜 방어진을 치고 왜적을 막아 큰공을 세웠던 곳이다
상인들이 주로 이용하여 괘방령고개에는 밥집과 숙박을 겸한 밥집이 많았다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대간꾼들이 들리는 식당 하나는 건재하여 오고가는 대간꾼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화장실도 들를수 있어 대간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한번쯤 쉬어갔을만한
큼직한 식당 앞에서 일행들은 흩어졌다
해발고도 330m의 고개에서 산사면으로 올라서 418봉으로 오르면서
오늘 일정이 시작되었다
능선위로 올라서니 마른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진달래가 꽃을 피웠다
올들어 첫번째 보는 진달래꽃이다
아직 대부분의 진달래는 꽃망울을 터트리기 직전이고 성질급한 아이들만 방긋방긋
봄을 알린다
김소월은 진달래꽃을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라 가실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서소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라고 지었다
옛날 수령의 달이 약산에 놀러왔다가 약산아래 구룡강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 한다
죽은 넋이 진달래가 되어 약산을 뒤덮고 있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천자만홍의 진달래가 꽃밭을 이루던 영변 하면 지금은 꽃보다는 핵시설과 원자로가 먼저 떠오른다
영변을 내놓고 경제를 얻으려했던 회담이 무산되고 다시 먼지와 안개속으로 들어간
한반도는 갑갑하기만 하다
억센 뿌리로 혹독한 겨울을 이기고 꽃을 피워낸 진달래가 그리 반가울수가 없다
엊그제 눈비가 한차례 쏟아 붙더니 아직도 무채색의 겨울나무들 사이에
진분홍색 꽃잎이 진정 봄이왔음을 알린다
산행 시작 한시간이 지나고 서서히 올린 고도로 이어 가성산에 다달았다
가성산은 해발고도 716m이다
부근에서 주워 세운듯 정상석이라고 불리우기에는 너무나 작고 초라한 가성산 정상석이다
새벽에 비하면 온도차가 거의 십도나 가깝게 기온이 점점 오르고 있다
가성산 정상석을 벗어나 내려갔다 다시 올라서 장군봉으로 올랐다
숨이 차다
장군봉은 해발고도 627m이다
장군봉 봉우리는 따로이 정상석도 없이 나무 줄기에 매달린 프라스틱 표지판이 대신하고
있다
대간길은 평평하며 완만한 능선을 계속 이어지고 바닥은 떨어져 아직 흙이 되지 못한
낙엽들로 폭신거렸다
한낮의 햇볕이 머리와 목덜미로 내려와 덥고 땀도 조금 난다
벌써부터 더위를 걱정해야한다니 올여름 어떻게 더위에서 살아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머리가 빙빙도는 작년 여름 같으면 큰일이 아닐수 없다
663봉의 헬기장을 지나고 간단 점심을 먹었다
지난달부터 달달한 앙고빵으로 점심을 먹으니 먹기도 쉽고 빨리 먹어
이렇게 시간이 모자라고 체력딸린 산행에서는 최고인거 같다
매번 밥때만 되면 내가 제일 늦어 딸꾹질하면서 억지로 먹었던 첫번과 두번 대간길에 비하면
밥 먹는 것이 한결 수월해져 이제는 일이등으로 먹어도 딸꾹질이나 넘어가지 않는다고
한참 쉬었다 먹는일은 없어졌다
걷기를 빨리 못하면 먹는것이나 빨리할줄 알아야지 먹을때마다 혼났는데
후다닥 먹고 일어나 일행들보다 앞서 걸었다
눌의산에 와서는 뒤늦게 쫓아온 일행들을 모두 만나고 다시 난 뒤쳐지고 말았지만
어찌되었든 산악회원들과 함께 대간길 걷는 사람들은 걷는것도 먹는것도 오줌 눈다고 볼일 보는것도
숨쉬는 것도 빨리빨리 하지 않으면 따라가기가 어렵다
살기위해 굶주린 배를 잡고 뛰며 걸었던 관군이나 빨치산훈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꼭 페허를 딛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궈낸 역사적인 투쟁같다는 생각이
대간길 걸으면서 들었다
발목을 잡아주는 새 신발을 신었더니 내리막에서 좀 더 수월했다
새 신발 샀다고 좋아서 신었다가 처음에는 발목아래 복숭아뼈밑 살갗이 까지고
발 뒤꿈치가 까진지 한달 이제는 익숙해졌다
일행중에는 쭉쭉 미끌어나던 헌신발을 신고 이번 한번만 신고 버려야지 하다가
진짜 쭉 미끌어지는 바람에 바위에서 크게 다친 적도 있었다
돈 안들이는 취미활동이 등산이라더니 신발 한개에 이삼십만원씩이나 하고
티셔츠는 서서 기다리는거 말고 누워 있는거 사서 입는다고 쳐도
등에 땀이 안배이고 어깨가 안아픈 배낭하나에 일이십만원씩
바람막이 거위털 잠바 땀나도 곧바로 배출되는 기능성 바지와
내리막에서는 필수인 지팡이인 스틱등
한두개가 아니라서 돈 안들이고는 나갈수도 걸을수도 없는 세상이다
그중 산에서는 넘어지지 않고 안다치려면 신발이 가장 중요하다
해발고도 743m의 눌의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헬기장이 있고 사방이 막힘 없어 추풍령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오늘 구간이 별로 조망이 없이 그냥 걷기만 한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눌의산은 충복 영동의 추풍령과 경북 김천의 봉산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예전에는 정상에 봉수대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흔적도 없다
눌의산에서 추풍령까지는 한시간이면 하산할수 있는 거리이다
급경사로 하산이다
흙길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봄볕에 녹은 흙이 부드럽고 질척거려 발가락에 힘을 주지 않으면
쭉 미끌어지게 생긴 길이 한참이나 이어진다
급경사를 지나면 능선은 완만하다
잡목이 주로인 능선길을 가볍게 걷고 가끔씩 소나무가 있다
송리마을로 들어서서 길을 따라 내려와 고속도로까지 다리밑까지 이어진다
대평 지하차도를 지나고 나면 추풍령 마을 국도가 나온다
도로가에 포도밭에는 줄 맞추어 심어진 포도나무가 올 한해도 농사를 기다리고 있어
이곳이 포도가 많이 나는 고장임을 알린다
이어 추풍령 인증장소인 표지석과 추풍령을 알리는 거대한 조형물앞에 섰다
추풍령은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과 경북 김천시 봉산명의 경계에 있는 고개로
높이는 221m이다
동쪽의 묘함산과 서쪽의 눌의산 북쪽의 학무산과 사이의 안부에 속하는 곳이다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이며 영남과 중부지방을 잇는 중요 교통로이다
이곳에서 의병장 장지현이 의명 이천명을 이끌고 왜군 사만명과 대적하여
장렬하게 전사했고 육이오 한국전쟁때도 격전지로 알려져 있다
지난구간에 이어 이번 구간도 수월한 구간이라 주어진 시간 보다 무려 한시간 반이나 남았다
백두대간은 속리산을 지나고 부터 남진으론 점점 낮아져 추풍령에서 와서는 많이 낮아졌다
교통의 요지인 이곳에서 큰재로 가는 구간은 다음주에 이어진다
'백두대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3-14차 큰재에서 백학산 지기재까지 (0) | 2019.04.19 |
---|---|
3-13차 큰재에서 추풍령까지 (0) | 2019.04.03 |
3-11차 우두령에서 괘방령까지 (0) | 2019.03.20 |
3-9차 덕산재에서 삼도봉 찍고 해인리까지 (0) | 2019.02.20 |
3-8차 빼재에서 덕산재까지 (0) | 2019.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