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여행 2

2024. 7. 8. 16:12가족

 

집 떠나 하룻밤이 지났다

예보대로 날씨는 비는 안내리고 구름낀 하늘이다

내가 자는 방은 식사 준비하는 곳이 아니라 오늘 아침도 아들 며느리가 해준대로 먹어야만 한다

조식은 베이컨과 베이글 스크램블 그리고 어제 먹다 남은 닭죽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오전 일정으론 케이블카 탑승해서 해발고도 1525m 설천봉에서

600m 떨어진 덕유산 정상인 해발고도 1614m의 향적봉에 오른다

덕유산은 눈꽃 피는 설경산으로 으뜸이지만 휴가온 이 계절이 여름이라 할수없다

여름인들 사방팔방 펼쳐지는 초록 풍광은 눈이 시원해질것이니 무덥지만 않으면 괜찮다

높이로만 따진다면 1947m 한라산 1915m 지리산 1708m 설악산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네번째로 높은 산이다

백두대간의 한줄기를 이루는 덕유산 산줄기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는

덕유산자락 여러 봉우리들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어젯밤 내가 추천했다

딱히 계획된 일정이 있는것도 아니고 가족끼리 밖에서 맑은 공기 마시고 밥 먹는게 여행이라면

하나쯤 특별난것도 나쁘지 않겠지 싶었다

엉덩이를 부딪친 할아버지와 케이블카 탑승불가인 개만 빼고 열명이다

케이블카는 천천히 올라 초록산 너울이 보이는 너른 공터인 설천봉에 올랐다

팔각정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서 전망은 점점 눈에 들어오게 된다

등산이라기보다 낮은 계단 걷기수준으로 오르다보면 누구나 쉽게 덕유산 정상에 도달한다

덕유산은 벌써 여섯번째다 

설악이나 북한산의 화강암 바위산이 아닌 흙산이란것도 다른 매력이다

넉넉하고 덕이 큰 산 이름대로 임진왜란등 난리를 겪을때 백성들이 이 산으로 숨어들어

적군이 찾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산경도에 나오는 백두대간 지리와 실제 걸어 보아도 지리산에서 북진하는 대간길은

육십령을 지나면 덕유산자락으로 들어서게 된다

이어 남덕유산인 할미봉에서 삿갓봉 무룡산을 거쳐 주봉인 향적봉을 조금 비껴

덕유평전인 백암봉에서 동진하게 된다

북으로 달려 나가며 대덕산 황악산으로 올라가며 백두대간은 이어진다

덕유산 종주길이 17km정도라 일박이일을 걸었었다

정상석도 귀신 할미마냥 빨간 글씨로 써 있었던 할미봉에 오르려면 썩음썩음 나무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발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 제정신으론 올라가기 힘든구간이다

지금쯤 수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지리에서 설악까지 설악에서 지리까지 남한 백두대간길인 735km을 한번도 아닌 세번을 육년간 어떻게 했는지

아득하기만하다

그때가 젊었었나 보다

향적봉 정상에 서면 바위돌로 이루워진 정상마루가 넓게 펼쳐 있고 정상석도 자연스러운 바위라 정겹다

주변에는 싱싱한 잡풀들이 바람에 춤을 추고 있고 우리 머리카락도 천지 분간을 못하고 날뛴다

쨍한 햇살이 아쉬워도 구름끼고 바람불어 산행하기 딱 좋은날이다

겨울이라면 주봉에서 중봉 사이 주목과 철쭉 군락지인 1km가 설경의 하이라이트가 되겠지만

바람이 거세고 아이들 다리 아픈 핑계로 향적봉 휴계소까지만 갔다가 싸간 간식만 먹고 뒤돌아 섰다

더울까봐 얼음 수건에 얼음 목걸이까지 달고 왔는데 바람까지 부니 나는 시원해서 살것만 같은데

아이들은 춥다고 난리다

세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점심은 버섯과 소고기가 들어간 전골과 부대찌게 전골을 먹었다

어디든 들고 가서 끓여 먹을수 있는 간편식이 있다니 참 편한 세상이다

집 나와서 밥하느라 개고생 할 필요없이 이런 먹거리도 좋은거 같다

예전에는 밥 안먹으면 큰일이나 날것처럼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압력밥솥 부터 챙겼었다

오후엔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놀고 우린 달리 할것도 없었는데 아들이 설치해준 영화,서울의봄을 보았다

작년 겨울에 방영되어 천만관객을 넘어섰는데 귀병 때문에 극장가는 도전을 못해 놓친 영화다

전두환을 전두광으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1979년 12,12 반란 사건이라 결말을 알아서 그런지 딱히 감동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황정민보다 수도 경비사령관인 이태신역을 맡은 정우성 연기가 나았다 

옆에서 같이 보던 남편은 어젯밤 잠을 못자고 설사까지 하여 기운없다더니 영화보단 잠이 보약이다

영화가 끝났어도 하루해가 길어 아직 저녁 전이다

저녁밥은 돼지고기 바베큐다

연기를 마셔가며 삽겹살을 굽고 구운 삼겹살을 맛있게 먹고 아무튼 먹는것이 사는것이다

돼지고기를 먹느라 소고기는 그냥 가져갈 판이다

저녁 식사후 휴식시간에도 아이들은 정신을 홀라당 뺄듯이 시끄럽게 논다

조용하게 노는법이 없으니 건강해서 그런거니 여겨야한다

화면에 나오는데로 따라하기만 된다는 어른들 놀이는 집에서 절로 운동효과도 있겠다

이박삼일 여행은 어제 왔는데 내일이면 돌아가야 한다

따지고 보면 오늘 하루 노는거다

어둠이 내리고 밤이 되자 저녁나절 다른 투숙객들이 들어 왔는지 아이들소리와 

후덕지근한 공기를 타고 두런두런 사람소리가 가끔씩 들려온다

일년만에 세 남매가 만나 맥주 한잔씩 들이키며 못다한 정을 나누도록 나두고

나는 일찍 숙소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다

낳고 특별나게 뒷바라지한것도 없는데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 각자 지 살림하며 사는게

무엇보다 건강한게 모두가 감사한 밤이다

전날은 잠자리가 바뀐탓에 뒷척거렸지만 오늘밤은 죽은듯이 푹 잤다

 

다음날 아침은 내가 준비했다

어제 먹다 남은 구운 돼지고기와 김치를 넣어 볶음밥으로 조식을 챙겨주니 맛있다며

다 들 잘 먹는다 손주들만 빼고

자식들의 자식까지 챙기기에는 역부족이니 알아서들 키워야 한다

반딧불 박물관에 들렸다 올라간다는 예정은 없던일이되고 말았다

짐을 챙겨 숙소를 떠나야할 시간인데  하늘이 어두컴컴해지고 한두방울 내리던 비가

우두둑 거세게 빗방울이 굵어지고 앞이 흐릿하게 보일정도로 쏟아진다

비가 내려도 가족여행인지라  함께 구경가면 모를까 개는 들어갈수 없는 구역이라하니

그냥 일찍 집으로 가는게 나을성 싶어 차는 비오는 무주를 뒤로 하고 고속도로로 올라탔다

옥수수대가 세찬 비에도 끄덕없이 튼실하던데 이제는 옥수수철이 되었나보다

별빛 쏟아지는 여름밤 평상에 둘러앉아 수박 참외 복숭아 감자 옥수수를 배가 터지도록 먹을수 있던 때도

여름인데 이젠 공짜로 갔다 줘도 먹을수가 없다

소화도 안될뿐 아니라 당뇨 전단계라 하루에 두끼만 먹으란다

 

내려갈땐 새벽부터 아들이 차를 빌리고 운전하여 식구들 데려가는라 힘들었는데

올라올땐 사위가 운전했다

둘 다 안전운전으로 오고가는 차편이 안락했다

이제 각자 생활전선으로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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