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시(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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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에서
남한산성에서 바람이 분다 성안으로 성밖으로 물길과 산길이 흐르는곳으로 보이지 않는 바람의 숨결이 영원히 흐른다 슬픔과 고통 고독과 허무 고립과 단절 거친 들판과 안락한 왕좌에 살점이 얼어 떨어지고 시린 뼈가 썩어 문들어져도 생성과 소멸은 거듭 되었다 오백년 우주의 시간이..
2017.11.05 -
만추
만추 만추의 계절 시월이 가고 가을이 떠나가네 한주만에 한 계절이 사라져가고 한 계절 같은 하루 해가 짧아지네 하늘도 저만치 올라가고 지각각 색깔로 단풍은 몸을 말리네 낙엽되어 혼을 떨어내듯 가을과 이별하네
2017.11.02 -
구월이 가네요
구월이 가네요 여름과 가을이 바통터치 하는 계절 구월이 시월 앞에서 그리움으로 물러가네요 천지가 푸르고 눈부신 햇살은 높은 하늘속으로 빨려 들어 가네요 억새 머리채 흔들리는 바람 한점에 여름내내 쏟아졌던 폭염도 들녘에 뿌리네요 길가에 피워낸 들국화와 쑥부쟁이도 가을 이..
2017.03.12 -
유월의 숲
유월의 숲 짙은봄 저물고 봄꽃 떨어져 성큼 찾아온 여름앞에 섰더니 쾌청한 하늘위로 두둥실 흘러가는 구름 산 그늘 드리우네 우거진 수풀 헤치고 들어서니 땅에 붙은 발은 저절로 굴러가고 수풀속으로 투명한 푸른빛이 스며 들어 내 핏줄도 푸른색 되었네 젊고 젖은 숨소리로 유월숲이 ..
2016.06.19 -
솔바람 따라
솔바람 따라 끝없이 푸른빛 하늘 아래 산 줄기에 주름진 겹겹의 봉우리가 하늘을 뚫어 절벽은 흰구름 끌어안고 무너지네 이길 저길 인연따라 속리산에 눌러 앉아 솔 향기가 지천인 천오백년 사찰에서 떠 다니는 마음 안식 얻었네 온 몸으로 봄을 쓸어 담는 찰나 산 그림자 길게 늘여 해 ..
2016.06.10 -
속리산의 구름
속리산의 구름 어둡다 비 내리는 숲은 적막했다. 땅은 빗물 받아 먹느라고 크게 울리고 연녹색 생명들이 춥다고 떨었다 하얗고 분홍색꽃들이 회색으로 변하고 봉우리는 안개옷을 입고 있었다 무섭다 빗물이 베인 상처에 뚝뚝 떨어졌다. 내 눈은 사방팔방 바라보고 있어도 아득히 멀어 찾..
2016.05.29